“화웨이 AI칩 쓰면 제재”… 美 압박에 미·중 공방 격화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5-21 15:00:44

중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가 만든 AI 칩 ‘어센드(Ascend)’의 전 세계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은 해당 조치를 집행한 조직과 개인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압박 속에서 말레이시아는 화웨이 기반 AI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 하루 만에 사실상 철회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는 2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치는 전형적인 일방적 괴롭힘이며 보호주의 행위”라며 “세계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다른 국가들의 과학기술 발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제한으로 구성된다”며 “이를 집행하거나 집행을 위협하는 조직과 개인은 중국의 ‘반(反)외국제재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혐의를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13일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의 국가별 수출 통제 정책을 폐기하고 화웨이 어센드 칩 사용을 전 세계적으로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BIS는 이 칩이 중국 AI 모델의 훈련·추론에 활용될 경우 미국 기술의 우회적 사용에 해당한다며 미국 기업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급망 보호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

이같은 조치가 발표된 직후 말레이시아는 예상 밖의 행보를 보였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오 니에 칭 말레이시아 디지털통신부 차관은 19일 한 행사에서 “말레이시아가 화웨이 어센드 칩 기반의 AI 서버를 국가 단위로 가동하는 세계 최초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2026년까지 화웨이 AI 서버 3000대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말레이시아에 기술을 공급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하루 만에 철회됐다.
블룸버그는 20일 말레이시아 정부 차관실에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결과 특별한 설명 없이 관련 발언을 취소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 역시 “말레이시아에 어센드 칩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말레이시아의 이례적인 입장 번복을 두고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는 미·중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 선 국가로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기 어려운 입장이다.
최근 수년간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디지털 인프라 허브로 부상했지만, 동시에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과도 협력을 지속해왔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2023년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국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를 참여시켰다.
올해 1월에는 중국 딥시크가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없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자 미국산 칩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