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운행중단 피했지만… 최악엔 환승할인 못 받을 수도더팩트 기사제공: 2025-05-25 00:06:04

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마저 운행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사진 친환경 전기 저상 마을버스 사진. /서울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요금과 환승 손실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운행 중단까지 시사했던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일단 서울시와 대화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강경 대응에 나서자 마을버스 업계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다만 운행중단 못지않은 '대중교통 환승체계 탈퇴' 카드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지난 22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2025년 서울시 재정지원 지체에 따른 조합사 대응방안 결정'과 '대중교통 환승통합거리비례제 운임정산비율 재조정 요청' 등 2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조합은 재정지원 지체 문제와 관련해 향후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 요청, 전 조합사가 참여하는 시청 앞 기자회견, 1인 릴레이 시위, 현수막 부착 운행, 준법운행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운행 중단이 대응 방안에서 빠지면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동시에 멈춰 서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조합은 시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운행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총파업을 예고한 시내버스와 함께 마을버스까지 가세해 '교통대란' 우려가 나왔다.

운행 중단까지 시사했던 조합이 한 발 물러난 배경에는 서울시의 '강경 대응'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재정지원은 조례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산정되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리는 입장이다. 시는 "올해 마을버스 재정지원은 전년 대비 확대됐다"며 "사업자 단체가 운행 중단이나 체계 이탈을 압박 수단으로 쓰는 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시는 마을버스 운행 정성화를 위해 지원을 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23년부터 '적자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 결과 140개 마을버스 운수업체 중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103개사로 2년 전 25개에서 4배 가량 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마을버스조합의 운행 중단 시 법적 책임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는 "서울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은 노동쟁의 행위 주체가 아닌 사업자"라며 "노동쟁의 행위 주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 운수사의 운행 중단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5조(면허취소 등)상 면허 취소 또는 사업 정지 처분, 과징금 부과 처분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강경 대응은 시내버스 노조와 동시 파업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시내버스 노조는 오는 28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사측인 버스운송사업조합과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조건부 상여금의 반영 여부'를 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노조 측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8일부터 부산, 인천 등 전국 22개 지역 버스 노조와 함께 총파업에 돌입을 예고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마을버스마저 운행을 중단할 경우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회사들이 시내버스 파업 움직임에 편승해 운행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명백히 여객운송사업법에 반하는 행위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시

운행 중단이라는 큰불은 껐지만 대중교통 환승체계 이탈 가능성은 남았다. 조합은 대응 방안에서 운행중단은 제외했지만 대중교통 환승 체계 탈퇴 가능성은 열어뒀다. 조합 관계자는 "시와의 협상 정도에 따라 대응 강도를 높일 것이다. 여의치않으면 환승 체계에서 이탈하겠다"고 밝혔다.

마을버스가 환승체계에서 빠질 경우 시민들은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어 마을버스 요금을 따로 내야하는 불편을 겪게된다.

현재 조합은 마을버스 요금 인상과 보조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조합이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마을버스 요금을 현행 1200원에서 시내버스와 똑같은 1500원으로 올리고, 보조금 총액을 지난해보다 83억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는 달리 준공영제가 아닌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어 손실이 생기면 자체 부담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환승 정산 체계로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 조합 측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통 수요가 줄어들면서 마을버스의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마을버스 측은 이에 따라 교통비 인상, 운전기사들의 근로환경 개선, 노선의 효율성 증대 등을 요구했다. 조합은 "환승 손실과 물가 상승으로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3월 기준 환승제에 따른 손해만 144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