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6번 접자', '본인 도장 찍자'…윤석열이 불붙인 부정선거 음모론더팩트 기사제공: 2025-05-25 00:06:05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조기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투표 방법'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난무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관련 영화 관람 이후 음모론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부정선거 방지 투표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반박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관련 영화 관람 이후 음모론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조기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투표 방법'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난무하고 있다. 글을 본 이들은 "100명 이상에게 이 문자를 알려달라"며 다른 이들과의 공유도 독려하고 있다.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투표 방법으로는 '기표하기 전 반드시 투표용지를 5~6회 이상 먼저 접은 후 다시 펴서 기표를 하고 투표함에 넣으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구겨진 투표용지는 자동분류기에 넣을 수 없어 수개표가 이뤄진다"며 "아는 분이 이렇게 하라고 한다. 이게 본인이 선택한 후보를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본인 도장으로 기표하라'는 내용도 있다. 이외에 '사전선거는 곧 부정선거다. 가짜 투표용지를 찍어낼 수 있으니 무조건 당일 투표해달라'는 글도 퍼지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관련 영화를 관람한 이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낭설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 9시40분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이영돈 PD와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등이 기획·제작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이영돈 PD와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등이 기획·제작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중앙 왼쪽부터 이영돈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역사강사. /서예원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이날 오전 9시40분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부정선거' 단어를 포함한 글이 총 9161건 올라왔다.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내용은 '이 정도면 부정선거 음모론이 아니라 공정선거 망상론이다', '간첩이 부정선거에 관여했다', '사전투표하는 지능 떨어지는 인간들하고는 얘기가 힘들다' 등이다.

선관위는 온라인 상에 퍼지고 있는 부정선거 방지 투표 방법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에 나섰다. 우선 '투표용지를 구겨질 만큼 접으면 분류기에 들어가지 않아 수개표가 이뤄진다'는 주장을 두고 "분류기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선거가 방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특별히 여러 번 접는다고 해서 분류기에 못 넣고 수검표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함을 하면 투표지를 분류기에 투입하는데, 종이가 구겨지라도 분류기에 빠른 속도로 빨려들어가면서 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우리나라 개표에서는 분류기를 통과해도 수검표를 한다"며 "분류기 통과 후 심사 집계, 수검표, 개수 등 과정에서 이미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179조 1항 5호는 정해진 '卜'(점 복)표가 아닌 문자 또는 물형을 기입한 투표를 무효로 명시하고 있다. 이름이 적힌 도장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용 도장이 찍힌 경우 무효 처리되는 것이다. /박헌우 기자

'본인 도장으로 기표하라'는 내용 역시 잘못된 주장이다. 공직선거법 179조 1항 5호는 정해진 '卜'(점 복)표가 아닌 문자 또는 물형을 기입한 투표를 무효로 명시하고 있다. 이름이 적힌 도장이나 캐릭터가 그려진 문구용 도장이 찍힌 경우 무효 처리되는 것이다.

'사전투표 용지가 가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의 경우에도 선관위는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한 현 상태에서 사전투표 용지를 부정 이용한 선거 결과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영화에서 다룬 부정선거 관련 의혹 대부분은 이미 선관위에서 설명하거나 대법원 판결로 해소된 사항"이라며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1대 대선 투·개표의 선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학회 주도로 구성된 공정선거참관단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며 "선거에 대한 주장이나 정보를 접할 경우 선관위가 배포하는 설명자료를 함께 참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제21대 대선은 내달 3일 거주지 지정 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있는 사전투표소에서 오는 29일부터 30일 양일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할 수 있다.

inj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