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독립성 강화①] 인사도, 수사도 꽁꽁 묶었다…'경찰국' 역사 속으로더팩트 기사제공: 2025-06-13 00:06:05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당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경찰국을 폐지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의 경찰 조직 개혁 첫걸음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폐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팩트DB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경찰도 변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수사구조 재편으로 책임이 커지는 만큼 독립성 강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경찰은 여전히 검찰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설치로 경찰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정권에 휘둘린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더팩트>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찰 독립성 강화 방안을 총 다섯 편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당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경찰국을 폐지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의 경찰 조직 개혁 첫걸음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폐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22년 8월 설립됐다. 지난 1991년 경찰청이 내무부(현 행안부)의 외청으로 분리되며 사라진 뒤 31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경찰국의 주요 업무는 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의 임용 제청과 계급정년 연장, 징계 등으로 인사권 및 승인이 필요한 중요 정책 사항을 다룬다.

이 때문에 경찰 독립성 훼손은 물론 수사 개입과 통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국 출범 전인 지난 2022년 7월에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에 전체 총경의 약 30%인 190여명이 참석해 경찰국 설립을 반대했다.

경찰국 출범 후에도 경찰 고위직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이어졌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고위급 인사는 정권의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경찰국 출범 후 정권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된다는 얘기가 더욱 심해졌다"며 "승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당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경찰국을 폐지하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의 경찰 조직 개혁 첫걸음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폐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사진은 경찰직장협의회(직협)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2023년 7월25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경찰국은 시대 역행’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는 모습./더팩트DB

특히 경찰국장은 대표적 승진 코스가 되면서 일각에선 보은 인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초대 김순호 국장부터 2대 김희중, 3대 이호영, 4대 박현수 국장 등 4명 모두 치안감에서 경찰 2인자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경찰청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경찰국 출범 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그저 승진을 위한 자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국이 인사에 이어 수사도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접적인 지시나 통제는 없지만, 수사 대상에 따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 당시 행안부 장관은 3년 가까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충암파' 이상민 전 장관이었다. 경찰 인사권을 쥔 행안부 수장이 정권 실세였던 것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나 민감한 사건은 아무래도 수사 초기부터 부담이 된다"며 "이런 고소·고발건이 들어오면 수사 속도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수사다. 류 전 위원장은 지난 2023년 9월 가족과 지인에게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상대로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제기하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류 전 위원장은 2023년 10월과 2024년 1월 고발됐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 양천경찰서는 고발인 조사만 진행한 뒤 1년이 지난 올해 1월에야 류 전 위원장을 조사했다. 사건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경찰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찰 안팎에선 경찰국 폐지를 시작으로 권한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와 수사에서 실질적 자율성과 책임이 부여돼야만 검찰과 대등한 상호 견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국이 지금은 인사를 좌지우지하기보다는 통로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준이며, 경찰에서 보고서 제출 등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 허수아비"라며 "이번 정권에서는 폐지 공약도 있으니 경찰국이라는 이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고위급 관계자는 "경찰이 더는 정권의 눈치나 행안부 기류에 휘둘려선 안 된다"며 "경찰청장이 실질적인 리더십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