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제조기업 절반 이상이 공급망 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7일 발간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 내 통제를 넘어 제3국 기업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적용해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는 제3국 기업까지 규제하고 있으며, 중국도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역외 적용 규정 정비와 외국 기업에 대한 제재 근거 마련을 완료했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의 제3국 기업 제재가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을 주목했다.
산화텅스텐(80.4%), 탄화텅스텐(91.4%), 몰리브덴 괴(99.7%), 희토류 화합물(61.1%), 희토류 금속(79.8%) 등 주요 핵심광물의 대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대미 수출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단기적으로는 비축 확대를 통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공급 지연과 통제가 반복될 경우 구조적인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무역협회가 수출 제조기업 7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53.4%가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4%에 그쳤다.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51.8%에 달했다.
기업들은 수급처 다변화(64.7%),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42.6%) 등을 주요 대응 전략으로 꼽았다.
기업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으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63.4%), 원자재·중간재 수급 문제(42.4%),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통관 지연(24.9%) 등이 지적됐다.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책으로는 정책금융 확대(60.0%), 수급처 다변화 지원(42.3%)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공급망 리스크 대응을 위해 ▲수출국 및 조달처 다변화 ▲핵심광물 G2G(정부 간) 협력 확대 ▲미·중 제재 충돌 대비 기업 보호 장치 마련 ▲리스크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이후 미·중 갈등 격화로 우리 기업들이 원가 상승과 수급 단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수출처 및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외국 제재 충돌에 대비한 가이드라인과 보상체계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