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재고 소진·25% 관세 압박
美 블룸버그 "6월 중 인상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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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현대차가 6월부터 전 차종의 권장 소비자 가격(MSRP)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지난 3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그룹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수입차 관세 부과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재고 소진과 관세 부담 누적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6월 중 미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일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현대차가 6월부터 전 차종의 권장 소비자 가격(MSRP)을 1%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매년 시장 수요와 상황을 반영해 가격을 검토하는 연례적인 절차일 뿐, 관세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대선 정국 여파로 지연되면서 현대차그룹도 가격 조정 시점을 신중히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6월 2일까지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방침 발표 직후, 한국산 차량을 대량 선적해 미국 현지 재고로 대응한 조치였다.
하지만 재고가 바닥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기준 현대차는 약 94일치, 기아는 62일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승조 현대차 부사장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6월 2일까지는 가격을 동결할 방침"이라며 "가격은 시장 원칙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3일부터 수입 완성차에, 5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자동차 업체는 미국 내에서 완성차와 부품을 모두 생산해야 한다"며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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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차량 중 약 65%는 국내에서 수출된 물량이다. 이는 폭스바겐그룹(80%)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의존도다. 기아 EV4, 콘셉트 EV2, PV5 라인업. /기아 |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포드는 멕시코산 차량 3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2000달러 인상하기로 했고 폭스바겐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하며 미국 생산 확대에 나섰다. 도요타는 노스캐롤라이나 배터리 공장에 139억달러(약 19조4500억원)를 투입했고, 혼다와 닛산도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차량 중 약 65%는 국내에서 수출된 물량이다. 이는 폭스바겐그룹(80%)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의존도다. 도요타와 닛산·르노·미쓰비시 연합은 50% 안팎, 혼다는 35% 수준이다. 교보증권은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관세 규모는 최대 6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비자 이탈과 시장 점유율 축소,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 결정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8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우리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의 변동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은 지난달 28일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이 월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가격 정책에 대한 고민은 현대차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도 아직 공식적인 인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을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자니 소비자 이탈이 우려되고, 기업이 전액을 떠안기엔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대부분의 제조사가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며 "현대차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yang@tf.co.kr
